2014년 3월 16일 일요일

실황 녹음에서 디스카우의 실수..

 이젠 고인이 되신 '피셔 디스카우(D.F.Dieskau)'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음반이 눈에만 보이면 거의 집는 못된(?) 버릇이 있다. 저번 주엔 칼뵘(K.Böhm)이 지휘하는 1962년 8월 19일의 잘츠부르크 실황 음반을 들었는데, 모차르트와 말러, 그리고 리하르트 쉬트라우스의 곡으로 채워진 음반이었다. 모노 녹음이고 하여 모차르트나 쉬트라우스 곡엔 별 관심이 없었고 오직 디스카우와 함께한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Kindertotenlieder)'에만 집중되었다. 디스카우 웹사이트 운영자인 모니카 볼프(M.Wolf)가 만든 디스카우의 디스코그라피(Aldrovandini부터 Zemlinsky에 이르기까지 539페이지에 달하는 백과사전 같은 책)를 살펴보니 1955년 이후 5번째 녹음인 음반이었다.

 

 디스카우는 스튜디오 녹음과 실황녹음이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노래하는 가수다. 하지만 라이브에서 그토록 완벽한 디스카우도 종종 큰 실수를 저지른다는 사실, 이 음반도 듣다보니 마지막 곡 'In diesem Wetter, in diesem Braus(이 같은 날씨에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는)'에서 크게 딱 걸리셨다. 74마디 75마디 가사 'in diesem Wetter, in diesem Graus'를 연속해서 불러야 하는데 무려 한마디를 건너 뛰어 부른다. 쬐끔 당황하셨는지 다음 가사가 'gesendet'인데 'gelassen'으로 바꿔 부르기까지(보냈든.. 냅뒀든.. 이상하진 않지만)..ㅠㅠ

 

 디스카우님이 실수한 음반을 들어보면 주빈 메타와의 뤼케르트 가곡에서도 그렇고 감정이 최고조로 달하는 시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실수한 음반을 들으면 더욱 인간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다. 나도 그렇지만 흥분하면 누구나 똑같다는 생각에..^^ 다음해에 칼뵘과 이 곡을 다시 녹음했는데 한 번 들어보시길.. 아버지의 처절하고 비통한 슬픔 뒤에 조용히 탄식하며 체념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마지막 곡...

 

http://youtu.be/UsESbUJxXD8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