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1일 월요일

스크리아빈 음반과 서거 100주년...

'2015 - 1915 = 100'

1993년 어느 가을날, 러시아 작곡가 '스크리아빈(Aleksandr Skryabin)'의 피아노 음악이 듣고 싶어 전주全州의 음반 매장을 전부 뒤지고 다녔지만 당시 구할 수 있는 음반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님이 연주한 음반(사진 위)뿐이었다. 지금은 흔한(?) 스크리아빈의 음반이 그 당시엔 왜 이리도 구하기가 힘들었던지..

며칠 전 '아쉬케나지'가 '스크리아빈'의 서거(1915년)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음반을 구입했다.(사진 아래) 음질은 당시 백건우 선생님 음반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지만, 음악적인 소감은 배고팠던 시절 구입한 음반의 감동과 추억을 뛰어 넘질 못한다.

아쉬케나지 음반의 타이틀 곡인 '불꽃을 향하여(Vers La Flamme)'는 백건우 선생님 연주(7분)와 거의 2분여의 시간차이가 날 정도로 빠르게 연주한다. 어둠 속에서 깨어나 태양을 향하는 불꽃을 정적靜的으로 표현한 백건우 선생님과는 다르게 아쉬케나지는 동적動的으로 묘사한 느낌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적인 느린 연주가 더욱 시적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인가?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비스펠베이(P. Wispelwey)의 새로운 음반 소개

(평소에 좋아하는 선율 두 가지)

 첫 번째는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C장조 환상곡(D.934)'의 세 번째 '안단티노(Andantino)'악장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선율, '슈베르트''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Sei mir gegrüsst(그대에게 인사를)'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2번(op.120-2)'의 2악장 눈물나게 하는 선율, 비올라 편곡 버전도 있지만 클라리넷 소리만큼의 감동은 주지 못한다.

그리고 더 보석같은 음반..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P. Wispelwey)'는 이렇듯 아름다운 곡들을 모아 피아노와 첼로 듀오곡으로 만들어 음반으로 제작을 했다. 한 곡 한 곡이 정말 보석같은 소리로 다듬어져, 어쩌면 기존 바이올린이나 클라리넷 곡보다도 더한 감동을 준다. 1760년産 과다니니 첼로에서 울려나오는 논비브라토 음색은 '비스펠베이'만의 독특한 아티큘레이션으로 연주되니, 그야말로 구름 위에 둥실 떠 있는 기분을 선사한다. 소나타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연주되는 '막스 레거(M. Reger)'의 첼로 솔로 곡들은 잠시동안 '바흐(J.S.Bach)' 무반주 첼로곡을 듣는 듯한 신묘神妙함을 경험케하는 보너스 음악.

(링크한 영상에서 위에 언급한 첫 번째, 두 번째 선율을 잠시 감상)
https://youtu.be/39LJ8Xbf8Xc

2015년 4월 1일 수요일

닭똥 같은 눈물과 '주세페 디 스테파노'의 피아니씨모

  ‘마리아 칼라스하면 생각나는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Giuseppe Di Stefano)’의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학창시절 무정한 마음(Catari, Catari)’을 부르는 그의 LP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었는데, “Core, core'ngrato”를 반복하는 간주 후 부분에서 아주 여린 피아니씨모로 노래하는 것이 아닌가?(일반적으로 꽥~ 소리 질러 노래하는 다른 테너들과 달리) “!~~ 이런 닭살스러움이 있나하며 감동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건만...
LP는 그 노래만 좋았었다..ㅠㅠ
 
  그런데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3막의 유명한 아리아 정결한 집을 부르는 스테파노에게서 예전 카타리~’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아리아의 후반부만 올린 영상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테너들이 힘들어 한다는 그 하이C(이건 음료수 이름이 아니다)를 무려 10여초 이상 지속한다. 그것도 피아니씨모로 점점 여려지면서... “인간인가? 오디오인가?”
 

2015년 3월 13일 금요일

후고 볼프(H. Wolf)의 뫼리케 가곡 中 ‘Abschied(이별)'

브람스(Brahms) 피아노 4중주 1번의 마지막 피날레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후고 볼프(H. Wolf)의 뫼리케 가곡 中 ‘Abschied(이별)’이 떠오른다.
 
“어느 날 밤 노크도 없이 한 사나이가 나를 방문했지요. ‘나는 명예로운 당신의 비평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등불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내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더니, 곁눈으로 코언저리를 보라고 하더군요. 내 코가 ‘기형적으로 무척 높아지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렇더군요.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사나이는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겠다는 것입니다. 계단까지 사나이를 배웅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그만 그 사나이의 엉덩이를 살짝 차 버렸답니다. 그랬더니 사나이는 쿵당쿵당, 데굴데굴…. 내가 살면서 그렇게 빨리 계단을 내려가는 사나이를 본 적이 없었답니다.”
 
비평가를 풍자하는 재미있는 곡인데, 이야기를 다 듣고 함께 웃기에는 다른 어떤 독일가곡 보다도 가사와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만 하고 또 길다.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마지막 왈츠 풍의 후주는 요상한 세상을 비꼬는 듯, 유쾌하게 흐른다.
 
이 가곡의 최고의 연주는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노래하고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터’가 반주한 버전이다. 나이든 ‘디스카우’긴 하지만 실황이라 긴장감도 있고 마지막 리히터의 왈츠 후주는 그 어떤 피아니스트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최고다. 물론 청중들의 박수도 그에 못지않음은...^^
 

2015년 1월 28일 수요일

윌리엄 버드(William Byrd)의 음악과 보이 소프라노..

  잉글랜드의 헨리6세가 초대 채플 성가대를 설립할 당시, 16명의 소년 단원과 6명의 성인 단원으로 구성을 하였다. 22명 정도의 작은 규모로 연주하려면 울림이 상당히 좋은 장소에서 노래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보이 소프라노가 주도하는(treble-dominated) 합창단의 특징은 성량이 작은 남자 아이들의 목소리를 많이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유명한 영국의 ‘킹스 칼리지 합창단(King's college choir)’은 보이 소프라노 16명과 앨토(카운터 테너) 4명, 테너 4명, 그리고 베이스 6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링크한 ‘윌리암 버드(W. Byrd)’의 합창곡 ‘Cantione Sacrae(1589)'를 연주하는 ’옥스퍼드 뉴칼리지 합창단‘도 보이 소프라노 17명에 앨토, 테너, 베이스가 각각 5명씩으로 구성되어 노래하고 있다.
 
 클라리넷 소리를 좋아한다하여 오보에 소리를 혐오할 필요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보이 소프라노 소리엔 익숙하지 않은 탓에 ‘킹스 칼리지 합창단’ 소리보다는 성인 남녀로 구성된 ‘트리니티 칼리지 합창단(Trinity college choir)' 소리를 더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버드의 이 성가곡 만큼은 보이 소프라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1월 21일 수요일

I Got Rhythm _ G. Gershwin

 아마추어 합창단이 음반을 내고 활동하며 성공한 케이스를 하나 뽑아 본다면, 바로 영국의 '코리돈 싱어즈(Corydon Singers)'가 떠오른다. 사실 이 단체의 음반을 들으며 아마추어 합창단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 본적이 없다. 왜냐하면 너무나 실력이 출중하기 때문이다. '코리돈 싱어즈'만큼 놀랐던 아마추어 합창단은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의 여성들로 이루어진 '보치 노빌리(VOCI NOBILI)'다. 워낙 합창 강국인 노르웨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지만,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이 단체에 쏙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넘쳐 흐른다. 오늘같이 흐리고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에 가장 제격인 거쉬인의 'I Got Rhythm'을 이 단체의 합창편곡 버전으로 듣다 보면 남은 하루가 즐거울 수도...^^

2015년 1월 19일 월요일

오페라 Carmen의 돈 호세, Michele Molese

대부분의 사람들은 쓰리 테너만 있는 줄 알지만...
이 세상에 잘 하는 테너는 너무도 많았고 지금도 많다.
Michele Molese(1928-1989, real name Kenneth Michael Pratt)는 미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사망한 전형적인 리리코 스핀토 테너였다. 그런데 '마릴린 혼'과 함께한 오페라 '카르멘'에서의 '돈 호세'역은 '마리오 델 모나코'를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면모를 보여준다. 오페라 피날레의 5분여간, 배역에 녹아 들어가 있는 그의 가창을 듣고 있으면, 심장이 벌렁 벌렁하면서 숨이 막힌다.
Bravo Molese!
http://youtu.be/yQIMm4XAlqM

2015년 1월 12일 월요일

탈리스 스콜라스와 피터 필립스..

 이론적으로 합창을 할 때 한 성부에 적어도 3명 이상은 되어야 잘 블렌딩(소리의 통일)되어진 소리가 나온다고 하지만, 2명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얘기하는 사람 있는데 그게 바로 ‘탈리스 스콜라스(The Tallis Scholars)’를 이끌고 있는 ‘피터 필립스(Peter Phillips)’다. 연주 여행할 때 예산부분까지 고려하면 5성부 곡가장 좋다고 얘기하는걸 보면, 10명의 단원이면 충분하다는 지휘자다 
 1973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창단한 ‘탈리스 스콜라스’는 자체 레이블인 Gimell을 만들어서(지금은 아마도 문을 닫은)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작품들을 녹음하여 보급한 지대한 공을 세웠는데, 이 단체의 음악이 너무 좋아 음반점에서 ‘Gimell’레이블을 싹쓸이해서 가져온 경험이 있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나 비브라토가 심한 소리를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그는(물론 나도) 스페인 작곡가인 ‘Tomas Luis de Victoria’의 ‘테네브레 레소폰소리움’에서 최상의 블렌딩되어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 중 마지막 곡 ‘Sepulto Domino(When the Lord was buried)‘를 통해 ’탈리스 스콜라스‘의 진수를 느껴보시길... 참.. 여기도 sop1, sop2, alto, tenor, bass 이렇게 각 성부 2명씩 10명이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