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예레미야 애가(Lamentations of Jeremiah)'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1, 2, 4장이 "슬프다"라는 말로 시작을 한다. 오전에 출근하며 들었던 '프랑수아 쿠프랭(F. Couperin)'의 'trois leçons de ténèbres(어둠 속의 세 가지 교훈)'은 이 '예레미야 애가'를 텍스트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두 명의 소프라노가 첫 번째 곡과 두 번째 곡을 한 번씩 부르고 마지막 세 번째 곡은 이중창으로 불리워지는데 보이지 않는 슬픔이 아닌 투명하게 드러나는 슬픔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곡이다. 비탄과 탄식이 가벼움과 밝음으로 인해 눈물이 가리워지는 느낌이지만, 어찌보면 스스로 연약한 얼굴을 겸손하게 숙이고 자신의 나약함을 토로(吐露)하는 감정으로 다가온다.
http://youtu.be/5u_jdMhcMa4 (이중창의 세 번째 곡)
듣다 보면 '음을 꾸미는 발성'(개인적으로 트로트(?) 창법이라 부름^^)이 처음 듣는 사람에겐 약간은 거슬릴 수 있지만 계속해서 들으면 오히려 흐느끼는 듯한 호소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이중창은 바흐의 b단조 미사 'Christe Eleison'의 소프라노 이중창을 불러 일으키는 곡이다. 쿠프랭이 바흐보다 17살이 많긴 하지만 서로에게 음악적으로 어떠한 영향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다.(내공이 약해서)
http://youtu.be/e0pnSTPk7sw (바흐 b단조 미사 Christe Eleison)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 Amsterdam)에 가본 적은 없지만 그 곳에 걸려 있다는 '렘브란트(Rembrandt)'의 작품, '예루살렘의 멸망을 슬퍼하는 예레미야(Jeremiah Lamenting the Destruction of Jerusalem)'를 보면서, 자신도 "단 한 번 본적이 없는 선지자 예레미야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싶다. 수심 가득하고 슬픔에 찬 예레미야를 그리기 위해 구약성경을 몇 번 정도는 넘겨 봤을 텐데... 오히려 이 음악을 들려줬다면 더 쉽게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쿠프랭이 태어나기 38년 전에 완성된 그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