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4일 화요일

전략과 전술.. 그리고 피아노 반주..

 모든 일에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전쟁도, 업무도, 축구도, 음악도... 성악가와 협력하여 어떤 곡을 하나 완성해 나가는 과정도 전체적으로 커다란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빠르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피아노의 음량은.. 각 프레이즈(phrase)의 연결은..
 슈베르트 가곡 'Im Frühling(봄에, D.882)'는 장조로 시작해서 중간에 단조로 변한 다음 장조로 마무리되는 곡이다. 가볍게 걷는 듯 시작하는 반주.. 그리고 한 여인과 함께 걷기만해도 행복함을 느끼고 모든 자연에게서 그녀를 상상하는 모습.. 하지만 행복이 날아가며 슬픔이 머무는 모습에 곡조는 단조로 바뀐다. 하지만 새가 되어서라도 그녀에게 남아, 여름 내내 달콤한 노래를 불러주리라 다짐하며 장조로 마무리가 되는 아름다운 곡이다.
(전체 곡 듣기) http://youtu.be/MHmzzu4FAnM
 어떠한 전술적인 반주 테크닉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전략이 필요한데, 특히 슬픔으로 마무리하는 단조를 끝내고 자연스럽게 장조로 전환되는 부분의 반주자 느낌이 중요하다. 괴르네의 반주를 맡고 있는 헬무트 도이치는 듣기에도 너무 성급하게 흐르는 느낌(영상 첫번째).. 이에 비해 충분히 넉넉하게 슬픔을 삼키고 장조로 전환하는 리히터(영상 두번째)는 바리톤 디스카우와 함께 이 곡을 최고로 만들어 준다.
(첨부한 영상을 비교하며 들어볼 것)
 (追加) 세부적인 전술은 뛰어났지만 전략에서 밀린 일본은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세부적인 전술은 부족해도 짜임새 있는 수비 전략으로 16강을 이뤄 낸 그리스를 보면, 다시금 전략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전술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한국은 어찌해야 하나? ㅠㅠ
 
 

2014년 6월 11일 수요일

베토벤 교향곡 5번과 파리채..

 '사랑하는 딸아, 너는 네 나이로서는 위험할 정도로 음악적이 되어가는 것 같구나! 심지어 5번 교향곡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알고 싶다고? 자, 긴 막대기(너무 길지 않은 것)을 오른손에 쥐고, 그 다음에는 공중에 구멍을 만들어, 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 하다가 한두 번 놓친 뒤에 다시 시도하는 동작과 대략 비슷하단다. 그런 다음 오케스트라가 시작하지 않으면... 글쎄, 그게 반드시 오케스트라의 잘못은 아니겠지.' (에리히 클라이버가 딸 베로니카에게 보낸 편지 中)

 당시 지휘에 흥미를 보인 딸 베로니카(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두살 위 누나)에게 약간은 놀리듯 서신을 보낸 내용은 놀리는 듯 하지만 의외로 정확한 표현이다.. 자, 증명 들어갑니다~ 다음 음악에 맞춰 집에 있는 파리채를 들고 똑같이 한 번 시도해 보시길..ㅋ
http://youtu.be/-skH9NVlhkE

 베로니카는 클라우디오 아바도(C. Abbado)를 보조하면서 많은 경력을 쌓았다고 한다. 베로니카로부터 아버지의 파리채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는, 아님 나의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비슷한 동작이 눈에 상상이 된다. '지휘자가 사랑한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읽으면서 아바도가 시카고 심포니와 빈필을 지휘한 말러(Mahler) 교향곡 전곡을 완주했다. 리듬의 화신(化身)이면서 그 스스로 하나의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클라이버의 세계를 교감하면서 듣는 아바도의 말러는 왠지 산만한 음악으로 느껴졌다. 워낙 좋아했던 2번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융화되지 않는 물과 기름같은 느낌의 연속이었다고 얘기하면 아바도 마에스트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몰매 맞지 않을까? 걱정....

몰매 맞다 보면 살이 좀 빠져 '볼매'가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