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3일 금요일

후고 볼프(H. Wolf)의 뫼리케 가곡 中 ‘Abschied(이별)'

브람스(Brahms) 피아노 4중주 1번의 마지막 피날레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후고 볼프(H. Wolf)의 뫼리케 가곡 中 ‘Abschied(이별)’이 떠오른다.
 
“어느 날 밤 노크도 없이 한 사나이가 나를 방문했지요. ‘나는 명예로운 당신의 비평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등불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내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더니, 곁눈으로 코언저리를 보라고 하더군요. 내 코가 ‘기형적으로 무척 높아지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렇더군요.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사나이는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겠다는 것입니다. 계단까지 사나이를 배웅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그만 그 사나이의 엉덩이를 살짝 차 버렸답니다. 그랬더니 사나이는 쿵당쿵당, 데굴데굴…. 내가 살면서 그렇게 빨리 계단을 내려가는 사나이를 본 적이 없었답니다.”
 
비평가를 풍자하는 재미있는 곡인데, 이야기를 다 듣고 함께 웃기에는 다른 어떤 독일가곡 보다도 가사와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만 하고 또 길다.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마지막 왈츠 풍의 후주는 요상한 세상을 비꼬는 듯, 유쾌하게 흐른다.
 
이 가곡의 최고의 연주는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노래하고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터’가 반주한 버전이다. 나이든 ‘디스카우’긴 하지만 실황이라 긴장감도 있고 마지막 리히터의 왈츠 후주는 그 어떤 피아니스트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최고다. 물론 청중들의 박수도 그에 못지않음은...^^
 

2015년 1월 28일 수요일

윌리엄 버드(William Byrd)의 음악과 보이 소프라노..

  잉글랜드의 헨리6세가 초대 채플 성가대를 설립할 당시, 16명의 소년 단원과 6명의 성인 단원으로 구성을 하였다. 22명 정도의 작은 규모로 연주하려면 울림이 상당히 좋은 장소에서 노래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보이 소프라노가 주도하는(treble-dominated) 합창단의 특징은 성량이 작은 남자 아이들의 목소리를 많이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유명한 영국의 ‘킹스 칼리지 합창단(King's college choir)’은 보이 소프라노 16명과 앨토(카운터 테너) 4명, 테너 4명, 그리고 베이스 6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링크한 ‘윌리암 버드(W. Byrd)’의 합창곡 ‘Cantione Sacrae(1589)'를 연주하는 ’옥스퍼드 뉴칼리지 합창단‘도 보이 소프라노 17명에 앨토, 테너, 베이스가 각각 5명씩으로 구성되어 노래하고 있다.
 
 클라리넷 소리를 좋아한다하여 오보에 소리를 혐오할 필요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보이 소프라노 소리엔 익숙하지 않은 탓에 ‘킹스 칼리지 합창단’ 소리보다는 성인 남녀로 구성된 ‘트리니티 칼리지 합창단(Trinity college choir)' 소리를 더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버드의 이 성가곡 만큼은 보이 소프라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1월 21일 수요일

I Got Rhythm _ G. Gershwin

 아마추어 합창단이 음반을 내고 활동하며 성공한 케이스를 하나 뽑아 본다면, 바로 영국의 '코리돈 싱어즈(Corydon Singers)'가 떠오른다. 사실 이 단체의 음반을 들으며 아마추어 합창단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 본적이 없다. 왜냐하면 너무나 실력이 출중하기 때문이다. '코리돈 싱어즈'만큼 놀랐던 아마추어 합창단은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의 여성들로 이루어진 '보치 노빌리(VOCI NOBILI)'다. 워낙 합창 강국인 노르웨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지만,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이 단체에 쏙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넘쳐 흐른다. 오늘같이 흐리고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에 가장 제격인 거쉬인의 'I Got Rhythm'을 이 단체의 합창편곡 버전으로 듣다 보면 남은 하루가 즐거울 수도...^^

2015년 1월 19일 월요일

오페라 Carmen의 돈 호세, Michele Molese

대부분의 사람들은 쓰리 테너만 있는 줄 알지만...
이 세상에 잘 하는 테너는 너무도 많았고 지금도 많다.
Michele Molese(1928-1989, real name Kenneth Michael Pratt)는 미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사망한 전형적인 리리코 스핀토 테너였다. 그런데 '마릴린 혼'과 함께한 오페라 '카르멘'에서의 '돈 호세'역은 '마리오 델 모나코'를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면모를 보여준다. 오페라 피날레의 5분여간, 배역에 녹아 들어가 있는 그의 가창을 듣고 있으면, 심장이 벌렁 벌렁하면서 숨이 막힌다.
Bravo Molese!
http://youtu.be/yQIMm4XAlqM

2015년 1월 12일 월요일

탈리스 스콜라스와 피터 필립스..

 이론적으로 합창을 할 때 한 성부에 적어도 3명 이상은 되어야 잘 블렌딩(소리의 통일)되어진 소리가 나온다고 하지만, 2명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얘기하는 사람 있는데 그게 바로 ‘탈리스 스콜라스(The Tallis Scholars)’를 이끌고 있는 ‘피터 필립스(Peter Phillips)’다. 연주 여행할 때 예산부분까지 고려하면 5성부 곡가장 좋다고 얘기하는걸 보면, 10명의 단원이면 충분하다는 지휘자다 
 1973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창단한 ‘탈리스 스콜라스’는 자체 레이블인 Gimell을 만들어서(지금은 아마도 문을 닫은)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작품들을 녹음하여 보급한 지대한 공을 세웠는데, 이 단체의 음악이 너무 좋아 음반점에서 ‘Gimell’레이블을 싹쓸이해서 가져온 경험이 있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나 비브라토가 심한 소리를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그는(물론 나도) 스페인 작곡가인 ‘Tomas Luis de Victoria’의 ‘테네브레 레소폰소리움’에서 최상의 블렌딩되어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 중 마지막 곡 ‘Sepulto Domino(When the Lord was buried)‘를 통해 ’탈리스 스콜라스‘의 진수를 느껴보시길... 참.. 여기도 sop1, sop2, alto, tenor, bass 이렇게 각 성부 2명씩 10명이 노래하고 있다..

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G.F.Handel의 칸타타 BWV189와 오라토리오 '메시아'


1년 전에 바흐(J.S.Bach)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와 그의 ‘세속 칸타타’에 대한 얘기를 했었지만, 헨델(G.F.Handel)도 ‘메시아 오라토리오’에서 자신의 칸타타에 쓴 곡조를 그대로 썼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다.
 
합창단이나 교회 찬양대를 경험하신 분들은 이맘때만 되면 소속된 단체에서 불러봤던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떠 올리게 된다. 그 중 가장 어려운 합창이 대체로 아래 두 곡이다. 왜냐하면 고난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그리고 아마추어에겐 너무 어려운 멜리스마(melisma) 창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악보)
1부, 12번째 곡인 ‘For unto us a child is born(우리를 위해 한 아기 나셨다)’
2부, 5번째 곡인 ‘All we like sheep have gone astray(우리는 양과 같이 헤매었네)’
 
헨델은 작곡 초기인 1706년부터 1710년까지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며 여러 칸타타를 작곡했고 당시 동갑내기인 명 작곡가 스카를라티를 만나며 상호 음악적인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17세기말 이탈리아 'duetto da camera(듀엣 챔버)' 스타일로 작곡한 소프라노 2명을 위한 듀오곡이 인상적인데, 런던에서 활동한 후기 작곡시대에도 이런 풍의 곡들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칸타타 ‘No, di voi non vo' fidarmi(당신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어요, HWV189)’는 메시아가 출판된 1741년경에 작곡되었는데 이 곡에는 위에 링크한 메시아의 두 합창곡이 소프라노 듀오곡으로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멜로디가 아름다우면 세속적인 칸타타를 종교적으로 사용해도 당시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나보다..ㅠ 두 소프라노의 가창이 너무나도 훌륭하여 안들어보면 후회하는 곡임....^^
 

2014년 12월 14일 일요일

Alfred Schnittke _ 'Stimmen der Natur(자연의 소리)'

<전혀 궁금해 하질 않을 음반 이야기>
 알프레드 가리예비치 슈니트케(Alfred Garrijewitsch Schnittke)

 쌀쌀하고 변덕스러운 날씨인 요즘, 이 양반 합창음악을 듣고 다녔다. 무반주 합창음악인 '12개의 참회의 시편'은 불협화음을 이 정도로 매력적으로 사용하여 음악을 만들 수 있나 싶었고,(순간 순간 짜릿한 표현이 압권, 특히 7번째 곡(O my soul, why have you no fear?)의 2분을 넘어서면서)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인간 목소리의 다양성을 실험하는 듯 했다.

 '참회의 시편'과는 별도로 수록되어 있는 마지막 곡 'Stimmen der Natur(자연의 소리)'는 흰 눈으로 차가워진 요즘 대지(자연)와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 싶다. '10명의 여성 소리와 비브라폰(휴대폰 이름 아님 ㅋ)을 위한 무반주 합창음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허밍(m)으로만 이루어진 곡이다. 특히 이런 곡은 끝날 때까지 연결이 끊어지면 안되기에 교대로 호흡을 잘 해야 하는데 못하면 지휘자한테 혼날 각오는 해야 한다.(아마도)

 'd음(레)'의 여성 허밍으로 시작되어지는 곡은 조성 변화 후 끝날 때에도 d음으로 끝을 맺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갑자기 엉뚱하게도 가수 김혜림이 불렀던 '디디디'가 떠 오르는 건 무엇 때문인지..ㅠ  어쨌든 슈니트케는 자연의 바람소리를 '레(d)' 음정으로 들은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할 곡이니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마지막으로 작곡가 슈니트케는 "culture는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nature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나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ㅎ
http://youtu.be/S4h_6eb3vU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