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31일 월요일

스크리아빈 음반과 서거 100주년...

'2015 - 1915 = 100'

1993년 어느 가을날, 러시아 작곡가 '스크리아빈(Aleksandr Skryabin)'의 피아노 음악이 듣고 싶어 전주全州의 음반 매장을 전부 뒤지고 다녔지만 당시 구할 수 있는 음반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님이 연주한 음반(사진 위)뿐이었다. 지금은 흔한(?) 스크리아빈의 음반이 그 당시엔 왜 이리도 구하기가 힘들었던지..

며칠 전 '아쉬케나지'가 '스크리아빈'의 서거(1915년)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한 음반을 구입했다.(사진 아래) 음질은 당시 백건우 선생님 음반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지만, 음악적인 소감은 배고팠던 시절 구입한 음반의 감동과 추억을 뛰어 넘질 못한다.

아쉬케나지 음반의 타이틀 곡인 '불꽃을 향하여(Vers La Flamme)'는 백건우 선생님 연주(7분)와 거의 2분여의 시간차이가 날 정도로 빠르게 연주한다. 어둠 속에서 깨어나 태양을 향하는 불꽃을 정적靜的으로 표현한 백건우 선생님과는 다르게 아쉬케나지는 동적動的으로 묘사한 느낌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적인 느린 연주가 더욱 시적으로 느껴진다.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인가?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비스펠베이(P. Wispelwey)의 새로운 음반 소개

(평소에 좋아하는 선율 두 가지)

 첫 번째는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C장조 환상곡(D.934)'의 세 번째 '안단티노(Andantino)'악장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선율, '슈베르트''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 'Sei mir gegrüsst(그대에게 인사를)'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2번(op.120-2)'의 2악장 눈물나게 하는 선율, 비올라 편곡 버전도 있지만 클라리넷 소리만큼의 감동은 주지 못한다.

그리고 더 보석같은 음반..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P. Wispelwey)'는 이렇듯 아름다운 곡들을 모아 피아노와 첼로 듀오곡으로 만들어 음반으로 제작을 했다. 한 곡 한 곡이 정말 보석같은 소리로 다듬어져, 어쩌면 기존 바이올린이나 클라리넷 곡보다도 더한 감동을 준다. 1760년産 과다니니 첼로에서 울려나오는 논비브라토 음색은 '비스펠베이'만의 독특한 아티큘레이션으로 연주되니, 그야말로 구름 위에 둥실 떠 있는 기분을 선사한다. 소나타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연주되는 '막스 레거(M. Reger)'의 첼로 솔로 곡들은 잠시동안 '바흐(J.S.Bach)' 무반주 첼로곡을 듣는 듯한 신묘神妙함을 경험케하는 보너스 음악.

(링크한 영상에서 위에 언급한 첫 번째, 두 번째 선율을 잠시 감상)
https://youtu.be/39LJ8Xbf8Xc

2015년 4월 1일 수요일

닭똥 같은 눈물과 '주세페 디 스테파노'의 피아니씨모

  ‘마리아 칼라스하면 생각나는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Giuseppe Di Stefano)’의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학창시절 무정한 마음(Catari, Catari)’을 부르는 그의 LP를 들으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었는데, “Core, core'ngrato”를 반복하는 간주 후 부분에서 아주 여린 피아니씨모로 노래하는 것이 아닌가?(일반적으로 꽥~ 소리 질러 노래하는 다른 테너들과 달리) “!~~ 이런 닭살스러움이 있나하며 감동의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건만...
LP는 그 노래만 좋았었다..ㅠㅠ
 
  그런데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3막의 유명한 아리아 정결한 집을 부르는 스테파노에게서 예전 카타리~’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아리아의 후반부만 올린 영상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테너들이 힘들어 한다는 그 하이C(이건 음료수 이름이 아니다)를 무려 10여초 이상 지속한다. 그것도 피아니씨모로 점점 여려지면서... “인간인가? 오디오인가?”
 

2015년 3월 13일 금요일

후고 볼프(H. Wolf)의 뫼리케 가곡 中 ‘Abschied(이별)'

브람스(Brahms) 피아노 4중주 1번의 마지막 피날레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후고 볼프(H. Wolf)의 뫼리케 가곡 中 ‘Abschied(이별)’이 떠오른다.
 
“어느 날 밤 노크도 없이 한 사나이가 나를 방문했지요. ‘나는 명예로운 당신의 비평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등불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내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더니, 곁눈으로 코언저리를 보라고 하더군요. 내 코가 ‘기형적으로 무척 높아지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렇더군요.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사나이는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겠다는 것입니다. 계단까지 사나이를 배웅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그만 그 사나이의 엉덩이를 살짝 차 버렸답니다. 그랬더니 사나이는 쿵당쿵당, 데굴데굴…. 내가 살면서 그렇게 빨리 계단을 내려가는 사나이를 본 적이 없었답니다.”
 
비평가를 풍자하는 재미있는 곡인데, 이야기를 다 듣고 함께 웃기에는 다른 어떤 독일가곡 보다도 가사와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만 하고 또 길다.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마지막 왈츠 풍의 후주는 요상한 세상을 비꼬는 듯, 유쾌하게 흐른다.
 
이 가곡의 최고의 연주는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노래하고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터’가 반주한 버전이다. 나이든 ‘디스카우’긴 하지만 실황이라 긴장감도 있고 마지막 리히터의 왈츠 후주는 그 어떤 피아니스트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최고다. 물론 청중들의 박수도 그에 못지않음은...^^
 

2015년 1월 28일 수요일

윌리엄 버드(William Byrd)의 음악과 보이 소프라노..

  잉글랜드의 헨리6세가 초대 채플 성가대를 설립할 당시, 16명의 소년 단원과 6명의 성인 단원으로 구성을 하였다. 22명 정도의 작은 규모로 연주하려면 울림이 상당히 좋은 장소에서 노래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보이 소프라노가 주도하는(treble-dominated) 합창단의 특징은 성량이 작은 남자 아이들의 목소리를 많이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유명한 영국의 ‘킹스 칼리지 합창단(King's college choir)’은 보이 소프라노 16명과 앨토(카운터 테너) 4명, 테너 4명, 그리고 베이스 6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링크한 ‘윌리암 버드(W. Byrd)’의 합창곡 ‘Cantione Sacrae(1589)'를 연주하는 ’옥스퍼드 뉴칼리지 합창단‘도 보이 소프라노 17명에 앨토, 테너, 베이스가 각각 5명씩으로 구성되어 노래하고 있다.
 
 클라리넷 소리를 좋아한다하여 오보에 소리를 혐오할 필요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보이 소프라노 소리엔 익숙하지 않은 탓에 ‘킹스 칼리지 합창단’ 소리보다는 성인 남녀로 구성된 ‘트리니티 칼리지 합창단(Trinity college choir)' 소리를 더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버드의 이 성가곡 만큼은 보이 소프라노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1월 21일 수요일

I Got Rhythm _ G. Gershwin

 아마추어 합창단이 음반을 내고 활동하며 성공한 케이스를 하나 뽑아 본다면, 바로 영국의 '코리돈 싱어즈(Corydon Singers)'가 떠오른다. 사실 이 단체의 음반을 들으며 아마추어 합창단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 본적이 없다. 왜냐하면 너무나 실력이 출중하기 때문이다. '코리돈 싱어즈'만큼 놀랐던 아마추어 합창단은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의 여성들로 이루어진 '보치 노빌리(VOCI NOBILI)'다. 워낙 합창 강국인 노르웨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지만,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이 단체에 쏙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넘쳐 흐른다. 오늘같이 흐리고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에 가장 제격인 거쉬인의 'I Got Rhythm'을 이 단체의 합창편곡 버전으로 듣다 보면 남은 하루가 즐거울 수도...^^

2015년 1월 19일 월요일

오페라 Carmen의 돈 호세, Michele Molese

대부분의 사람들은 쓰리 테너만 있는 줄 알지만...
이 세상에 잘 하는 테너는 너무도 많았고 지금도 많다.
Michele Molese(1928-1989, real name Kenneth Michael Pratt)는 미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사망한 전형적인 리리코 스핀토 테너였다. 그런데 '마릴린 혼'과 함께한 오페라 '카르멘'에서의 '돈 호세'역은 '마리오 델 모나코'를 연상시키는 드라마틱한 면모를 보여준다. 오페라 피날레의 5분여간, 배역에 녹아 들어가 있는 그의 가창을 듣고 있으면, 심장이 벌렁 벌렁하면서 숨이 막힌다.
Bravo Molese!
http://youtu.be/yQIMm4XAlqM

2015년 1월 12일 월요일

탈리스 스콜라스와 피터 필립스..

 이론적으로 합창을 할 때 한 성부에 적어도 3명 이상은 되어야 잘 블렌딩(소리의 통일)되어진 소리가 나온다고 하지만, 2명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얘기하는 사람 있는데 그게 바로 ‘탈리스 스콜라스(The Tallis Scholars)’를 이끌고 있는 ‘피터 필립스(Peter Phillips)’다. 연주 여행할 때 예산부분까지 고려하면 5성부 곡가장 좋다고 얘기하는걸 보면, 10명의 단원이면 충분하다는 지휘자다 
 1973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창단한 ‘탈리스 스콜라스’는 자체 레이블인 Gimell을 만들어서(지금은 아마도 문을 닫은) 대중들에게 덜 알려진 작품들을 녹음하여 보급한 지대한 공을 세웠는데, 이 단체의 음악이 너무 좋아 음반점에서 ‘Gimell’레이블을 싹쓸이해서 가져온 경험이 있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나 비브라토가 심한 소리를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그는(물론 나도) 스페인 작곡가인 ‘Tomas Luis de Victoria’의 ‘테네브레 레소폰소리움’에서 최상의 블렌딩되어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 중 마지막 곡 ‘Sepulto Domino(When the Lord was buried)‘를 통해 ’탈리스 스콜라스‘의 진수를 느껴보시길... 참.. 여기도 sop1, sop2, alto, tenor, bass 이렇게 각 성부 2명씩 10명이 노래하고 있다..

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G.F.Handel의 칸타타 BWV189와 오라토리오 '메시아'


1년 전에 바흐(J.S.Bach)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와 그의 ‘세속 칸타타’에 대한 얘기를 했었지만, 헨델(G.F.Handel)도 ‘메시아 오라토리오’에서 자신의 칸타타에 쓴 곡조를 그대로 썼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다.
 
합창단이나 교회 찬양대를 경험하신 분들은 이맘때만 되면 소속된 단체에서 불러봤던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떠 올리게 된다. 그 중 가장 어려운 합창이 대체로 아래 두 곡이다. 왜냐하면 고난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그리고 아마추어에겐 너무 어려운 멜리스마(melisma) 창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악보)
1부, 12번째 곡인 ‘For unto us a child is born(우리를 위해 한 아기 나셨다)’
2부, 5번째 곡인 ‘All we like sheep have gone astray(우리는 양과 같이 헤매었네)’
 
헨델은 작곡 초기인 1706년부터 1710년까지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며 여러 칸타타를 작곡했고 당시 동갑내기인 명 작곡가 스카를라티를 만나며 상호 음악적인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17세기말 이탈리아 'duetto da camera(듀엣 챔버)' 스타일로 작곡한 소프라노 2명을 위한 듀오곡이 인상적인데, 런던에서 활동한 후기 작곡시대에도 이런 풍의 곡들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칸타타 ‘No, di voi non vo' fidarmi(당신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어요, HWV189)’는 메시아가 출판된 1741년경에 작곡되었는데 이 곡에는 위에 링크한 메시아의 두 합창곡이 소프라노 듀오곡으로 고스란히 녹아 들어있다. 멜로디가 아름다우면 세속적인 칸타타를 종교적으로 사용해도 당시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나보다..ㅠ 두 소프라노의 가창이 너무나도 훌륭하여 안들어보면 후회하는 곡임....^^
 

2014년 12월 14일 일요일

Alfred Schnittke _ 'Stimmen der Natur(자연의 소리)'

<전혀 궁금해 하질 않을 음반 이야기>
 알프레드 가리예비치 슈니트케(Alfred Garrijewitsch Schnittke)

 쌀쌀하고 변덕스러운 날씨인 요즘, 이 양반 합창음악을 듣고 다녔다. 무반주 합창음악인 '12개의 참회의 시편'은 불협화음을 이 정도로 매력적으로 사용하여 음악을 만들 수 있나 싶었고,(순간 순간 짜릿한 표현이 압권, 특히 7번째 곡(O my soul, why have you no fear?)의 2분을 넘어서면서)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인간 목소리의 다양성을 실험하는 듯 했다.

 '참회의 시편'과는 별도로 수록되어 있는 마지막 곡 'Stimmen der Natur(자연의 소리)'는 흰 눈으로 차가워진 요즘 대지(자연)와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닌가 싶다. '10명의 여성 소리와 비브라폰(휴대폰 이름 아님 ㅋ)을 위한 무반주 합창음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허밍(m)으로만 이루어진 곡이다. 특히 이런 곡은 끝날 때까지 연결이 끊어지면 안되기에 교대로 호흡을 잘 해야 하는데 못하면 지휘자한테 혼날 각오는 해야 한다.(아마도)

 'd음(레)'의 여성 허밍으로 시작되어지는 곡은 조성 변화 후 끝날 때에도 d음으로 끝을 맺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갑자기 엉뚱하게도 가수 김혜림이 불렀던 '디디디'가 떠 오르는 건 무엇 때문인지..ㅠ  어쨌든 슈니트케는 자연의 바람소리를 '레(d)' 음정으로 들은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 할 곡이니 꼭 한 번 들어보시길..

 마지막으로 작곡가 슈니트케는 "culture는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nature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는, 나도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ㅎ
http://youtu.be/S4h_6eb3vU4

2014년 11월 17일 월요일

Ave Maris Stella _ E. Grieg

  지금 극장가엔 ‘여기도’ 인터스텔라, ‘저기도’ 인터스텔라, 난리도 아닌 듯.. 귀가 얇은 나로서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박쥐같은 인간인지라.. 나름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데, “친구들이 지루했다”고 하더라는 얘길 듣고 아내는 “보려면 혼자 가서 보라”고 정중히(?) 권한다.. 3시간동안 고독을 씹어야 하나?
  ‘그리그’의 합창곡 'Ave Maris Stella'를 들어본다. 유투브를 찾아보면 거의 혼성합창 위주지만 오히려 남성합창으로 듣는 이 노래가, 짧지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male voice의 풍성한 화음이 쓸쓸한 마음에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물론 나만..^^
 

2014년 11월 5일 수요일

베젠동크 가곡집(Wesendonck Lieder) 中 '꿈(Träume)'

 총 5곡으로 구성된 '바그너'의 베젠동크 가곡집(Wesendonck Lieder)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은 5번째 곡인 '꿈(Träume)'이다. 특히 이 곡은 바그너가 관현악으로 직접 편곡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자신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2막의 유명한 '사랑의 이중창'으로 변모한다.

 피아노와 관현악 반주의 여러 음원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트발트(C. Gottwald) 편곡의 합창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기계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순정율의 무반주 합창 앙상블은 몽환적인 느낌과 짜릿한 짝사랑의 감정을 버무린 하이브리드임에 틀림없다.

2014년 10월 8일 수요일

영화 '투게더(Together)'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피날레..

유진 오먼디의 차이코프스키 관현악곡집 박스반을 열심히 듣고 다닌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이 흐르니 어김없이, ‘첸 카이거감독의 영화 투게더(Together)’의 마지막 엔딩신이 떠오른다. ‘패왕별희를 만들었던 첸 카이거를 생각하면 다소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는 상투적인 내용(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는)의 영화지만, 바이올린 천재인 아들 샤오천을 위해 헌신하는 가난한 시골 요리사인 아버지의 눈물어린 부정(父情)을 얌전하게(?) 그려냈다. 특히 마지막 엔딩신은 아들을 위해 떠나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다시 찾기 위해 대회를 포기하고 기차역을 찾아 군중에 둘러싸여, 대회 때 연주하려 했던 곡을 눈물을 흘리며 연주하는 샤오천의 장면인데, 대회장과 주인공의 연주를 겹쳐 만든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나면 자연스럽게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악장을 찾아 듣게 된다.
(투게더 엔딩신)
 

2014년 9월 28일 일요일

Mozart 'Alla Turca' Arr. A. Volodos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을 향해 위대한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은 “아이가 치기에는 너무 쉽고, 어른이 치기에는 너무 어렵다.”했다던가? 230년 만에 발견된 '터키행진곡'의 모차르트 자필 악보 기사를 보니, 오늘 같이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엔 '아이가 치기에도 어려운(?)' 터키행진곡(Alla Turca)의 볼로도스 편곡 버전이 제격인 듯 싶다. 타악기처럼 신나게 두들기는 '가브릴류크'의 다이나믹한 영상을 보며 우울함을 날려 버리시길....

 

2014년 9월 3일 수요일

브루크너(A. Bruckner) 아베 마리아(Ave Maria)

브루크너(A. Bruckner)가 작곡한 무반주 합창곡 '아베마리아(Ave Maria)'의 수 많은 연주와 음반 중에서도 가장 최고는, 역시 ‘가디너’가 지휘하는 ‘몬테베르디 합창단’의 연주다.. 전율 그 자체.. 악보와 함께 오르간의 울림 같은 8성부 화성의 화려함을 느껴보시길.. 음원에 악보 넣어 만드는 작업도 참으로 재밌다는 사실...^^
http://youtu.be/zCo84X4kz7Y

2014년 8월 13일 수요일

Pieta Signore _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고교 시절, 이탈리아 작곡가 스트라델라(A.Stradella, 1644~1682)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가 쓴 곡인 ‘Pietà Signore(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는 알고 있었다. 가사의 내용은 잘 몰랐지만 멜로디가 아름다워, 전공하는 누나와 형들 따라서 교회에서 즐겨 부르곤 했었다. 현재도 이탈리아 가곡집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유명한 곡인데, 교황청으로부터 ‘특별 근무원(cameriere extra)’이란 명예칭호까지 얻었다던 그 ‘스트라델라’를 생각하며 출근길 곡으로 선택했다. 특히 오늘은 교황께서 방문하는 날이기도 하고 진실로 불쌍히 여겨야 할 많은 사람을 생각하며...
 
  일반적으로 소프라노와 테너는 dminor(d단조) 조성으로 부르는데, 이쁜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미스테리움’ 음반 안에 포함된 이 곡을 들으면서 의문 사항이 생겼다. 39마디와 40마디(그림 참조)의 'meno severi'에서 40마디 2번째 박자가 E♭인 관계로, 정상적이라면 온음을 내려 아래 링크한 ‘델 모나코’ 처럼 불러야 한다.
 
  헌데 울 이쁜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그냥 반음만 내려서 E로 부른다. 그러니 E♭ major 코드를 Edim. 코드로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중간에 리듬을 바꿔 부르거나 오케스트라 편곡 부분은 이해가 되지만, 이건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 곡의 마지막까지 이 부분과 같은 부분 전체를 똑같이 틀리게 부르는데, 음반 타이틀처럼 정말 ‘미스테리움’이다.....
 
  이 곡의 최고 해석은 어릴 적부터 ‘파바로티’였다. 왜냐하면 당시엔 ‘파바로티’ 노래 한곡만 들어봤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파바로티’는 이 악보대로 잘 부른다. ‘파바로티’의 음성으로 울려퍼지는 이 노래를 마지막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어보시길...
‘루치아노 파바로티’ http://youtu.be/Xk12LNzvCf4
 

2014년 7월 31일 목요일

프랑수아 쿠프랭(F. Couperin)의 'trois leçons de ténèbres'

 구약성경의 '예레미야 애가(Lamentations of Jeremiah)'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1, 2, 4장이 "슬프다"라는 말로 시작을 한다. 오전에 출근하며 들었던 '프랑수아 쿠프랭(F. Couperin)'의 'trois leçons de ténèbres(어둠 속의 세 가지 교훈)'은 이 '예레미야 애가'를 텍스트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두 명의 소프라노가 첫 번째 곡과 두 번째 곡을 한 번씩 부르고 마지막 세 번째 곡은 이중창으로 불리워지는데 보이지 않는 슬픔이 아닌 투명하게 드러나는 슬픔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곡이다. 비탄과 탄식이 가벼움과 밝음으로 인해 눈물이 가리워지는 느낌이지만, 어찌보면 스스로 연약한 얼굴을 겸손하게 숙이고 자신의 나약함을 토로(吐露)하는 감정으로 다가온다.

http://youtu.be/5u_jdMhcMa4 (이중창의 세 번째 곡)

 듣다 보면 '음을 꾸미는 발성'(개인적으로 트로트(?) 창법이라 부름^^)이 처음 듣는 사람에겐 약간은 거슬릴 수 있지만 계속해서 들으면 오히려 흐느끼는 듯한 호소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이중창은 바흐의 b단조 미사 'Christe Eleison'의 소프라노 이중창을 불러 일으키는 곡이다. 쿠프랭이 바흐보다 17살이 많긴 하지만 서로에게 음악적으로 어떠한 영향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다.(내공이 약해서)

http://youtu.be/e0pnSTPk7sw (바흐 b단조 미사 Christe Eleison)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Rijksmuseum, Amsterdam)에 가본 적은 없지만 그 곳에 걸려 있다는 '렘브란트(Rembrandt)'의 작품, '예루살렘의 멸망을 슬퍼하는 예레미야(Jeremiah Lamenting the Destruction of Jerusalem)'를 보면서, 자신도 "단 한 번 본적이 없는 선지자 예레미야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싶다. 수심 가득하고 슬픔에 찬 예레미야를 그리기 위해 구약성경을 몇 번 정도는 넘겨 봤을 텐데... 오히려 이 음악을 들려줬다면 더 쉽게 영감이 떠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쿠프랭이 태어나기 38년 전에 완성된 그림이지만 말이다..

2014년 7월 7일 월요일

엄마 찾아 삼만리..

 먹먹한 삶의 현장에서 어느 순간 어릴 적 추억에 잠길 때, 갑자기 생각나는 만화영화 주제가가 있다. 마징가Z, 로보트 태권브이,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 999도 아닌 '엄마 찾아 삼만리'... 이 곡은 지금도 가사와 멜로디가 전부 기억이 난다. "아득한 바다 저 멀리 산 설고 물길 설어도, 나는 찾아가리 외로운 곳 삼만리"라고 시작하는 곡인데, 링크한 곡은 평소 기억하고 부르는 곡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곡이 훨씬 아련하고 슬프고 가사가 더욱 좋다는 사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중간에 바뀌었나?) 직접 불러서 올릴 수도 없고..ㅠㅠ
 일본 원제목은 '엄마 찾아 삼천리(母をたずねて三千里)'인데 당시 삼천리 자전거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삼만리'로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수입할 당시 영어 원제목이 '3,000 leagues in Search of Mother'이었던 걸 보면, 3,000leagues가 14,484킬로미터이고 이걸 리(里)로 환산하면 36,880里이니 '삼만리'가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주인공인 마르코의 모습은 당시 미래소년 코난류의 얼굴과 거의 비슷한데 엄마 찾아 먼길을 떠나는 마르코를 생각하며 스케치한 그림이다. 울고 있지만 웃는 모습을 떠올려 봤다. 삶이 먹먹하고 힘들더라도 한 번 씨익~ 웃어주고 하루 시작하길.. 아자!!!!!
 
 

2014년 6월 24일 화요일

전략과 전술.. 그리고 피아노 반주..

 모든 일에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전쟁도, 업무도, 축구도, 음악도... 성악가와 협력하여 어떤 곡을 하나 완성해 나가는 과정도 전체적으로 커다란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빠르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피아노의 음량은.. 각 프레이즈(phrase)의 연결은..
 슈베르트 가곡 'Im Frühling(봄에, D.882)'는 장조로 시작해서 중간에 단조로 변한 다음 장조로 마무리되는 곡이다. 가볍게 걷는 듯 시작하는 반주.. 그리고 한 여인과 함께 걷기만해도 행복함을 느끼고 모든 자연에게서 그녀를 상상하는 모습.. 하지만 행복이 날아가며 슬픔이 머무는 모습에 곡조는 단조로 바뀐다. 하지만 새가 되어서라도 그녀에게 남아, 여름 내내 달콤한 노래를 불러주리라 다짐하며 장조로 마무리가 되는 아름다운 곡이다.
(전체 곡 듣기) http://youtu.be/MHmzzu4FAnM
 어떠한 전술적인 반주 테크닉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전략이 필요한데, 특히 슬픔으로 마무리하는 단조를 끝내고 자연스럽게 장조로 전환되는 부분의 반주자 느낌이 중요하다. 괴르네의 반주를 맡고 있는 헬무트 도이치는 듣기에도 너무 성급하게 흐르는 느낌(영상 첫번째).. 이에 비해 충분히 넉넉하게 슬픔을 삼키고 장조로 전환하는 리히터(영상 두번째)는 바리톤 디스카우와 함께 이 곡을 최고로 만들어 준다.
(첨부한 영상을 비교하며 들어볼 것)
 (追加) 세부적인 전술은 뛰어났지만 전략에서 밀린 일본은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세부적인 전술은 부족해도 짜임새 있는 수비 전략으로 16강을 이뤄 낸 그리스를 보면, 다시금 전략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전술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한국은 어찌해야 하나? ㅠㅠ
 
 

2014년 6월 11일 수요일

베토벤 교향곡 5번과 파리채..

 '사랑하는 딸아, 너는 네 나이로서는 위험할 정도로 음악적이 되어가는 것 같구나! 심지어 5번 교향곡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알고 싶다고? 자, 긴 막대기(너무 길지 않은 것)을 오른손에 쥐고, 그 다음에는 공중에 구멍을 만들어, 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 하다가 한두 번 놓친 뒤에 다시 시도하는 동작과 대략 비슷하단다. 그런 다음 오케스트라가 시작하지 않으면... 글쎄, 그게 반드시 오케스트라의 잘못은 아니겠지.' (에리히 클라이버가 딸 베로니카에게 보낸 편지 中)

 당시 지휘에 흥미를 보인 딸 베로니카(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두살 위 누나)에게 약간은 놀리듯 서신을 보낸 내용은 놀리는 듯 하지만 의외로 정확한 표현이다.. 자, 증명 들어갑니다~ 다음 음악에 맞춰 집에 있는 파리채를 들고 똑같이 한 번 시도해 보시길..ㅋ
http://youtu.be/-skH9NVlhkE

 베로니카는 클라우디오 아바도(C. Abbado)를 보조하면서 많은 경력을 쌓았다고 한다. 베로니카로부터 아버지의 파리채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는, 아님 나의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비슷한 동작이 눈에 상상이 된다. '지휘자가 사랑한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읽으면서 아바도가 시카고 심포니와 빈필을 지휘한 말러(Mahler) 교향곡 전곡을 완주했다. 리듬의 화신(化身)이면서 그 스스로 하나의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클라이버의 세계를 교감하면서 듣는 아바도의 말러는 왠지 산만한 음악으로 느껴졌다. 워낙 좋아했던 2번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융화되지 않는 물과 기름같은 느낌의 연속이었다고 얘기하면 아바도 마에스트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몰매 맞지 않을까? 걱정....

몰매 맞다 보면 살이 좀 빠져 '볼매'가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