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Brahms) 피아노 4중주 1번의 마지막 피날레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후고 볼프(H. Wolf)의 뫼리케 가곡 中 ‘Abschied(이별)’이 떠오른다.
“어느 날 밤 노크도 없이 한 사나이가 나를 방문했지요. ‘나는 명예로운 당신의 비평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등불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내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더니, 곁눈으로 코언저리를 보라고 하더군요. 내 코가 ‘기형적으로 무척 높아지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렇더군요.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사나이는 이런저런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겠다는 것입니다. 계단까지 사나이를 배웅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 그만 그 사나이의 엉덩이를 살짝 차 버렸답니다. 그랬더니 사나이는 쿵당쿵당, 데굴데굴…. 내가 살면서 그렇게 빨리 계단을 내려가는 사나이를 본 적이 없었답니다.”
비평가를 풍자하는 재미있는 곡인데, 이야기를 다 듣고 함께 웃기에는 다른 어떤 독일가곡 보다도 가사와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만 하고 또 길다.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마지막 왈츠 풍의 후주는 요상한 세상을 비꼬는 듯, 유쾌하게 흐른다.
이 가곡의 최고의 연주는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가 노래하고 ‘스비야토슬라프 리히터’가 반주한 버전이다. 나이든 ‘디스카우’긴 하지만 실황이라 긴장감도 있고 마지막 리히터의 왈츠 후주는 그 어떤 피아니스트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최고다. 물론 청중들의 박수도 그에 못지않음은...^^